영화

퀴어 영화에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빠질 수는 없을까?

Angel 3/3 2022. 3. 24. 23:12

 이 글은 지극히, 완전히, 100%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퀴어 영화를 좋아합니다. 퀴어 영화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퀴어 영화로 저의 성 지향성/정체성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유명한 퀴어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요?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토드 헤인스 감독의 <캐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이 떠오릅니다. (물론 유명하고 사랑받는 퀴어 영화는 더욱 많습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동성애를 다룬 작품입니다. 또한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요? 모두 시청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글을 다 쓰고 생각해 보니, 네 작품 모두 소설/그래픽 노블 원작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주관적인 의견으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영화를, <아가씨>와 <캐롤>은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노골적이고 길이가 긴 정사 장면으로 큰 논란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죠. 케시시 감독과 엠마 역 배우, 레아 세두와의 불화설도 돌았었죠. 실제로, 영화 내에서 아델과 엠마는 첫 만남부터 성적 긴장감이 돕니다. 사랑을 나누는 장면 외에도 둘 사이에 팽팽하게 흐르는 성적 긴장감은 지울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이기에, 추후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 https://blog.daum.net/queserasera/3 이 글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캐롤>과 <아가씨>도 마찬가지죠. <캐롤>은 <아가씨>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비해선 덜 노골적이지만, 정사 장면은 꽤나 적나라했습니다. 캐롤과 테레즈, 숙희와 히데코는 역시 서툰 욕망을 주고받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앞 작품들처럼 적나라하고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에선 또다시! 성적 긴장감이 맴돕니다. 엘리오가 이성 친구인 마르치아와 연애할 때는 이상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정석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귀엽고, 상큼하고, 풋풋합니다. 하지만 엘리오가 올리버를 만나면 이러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이것이 구아다니노 감독이 의도한 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엘리오와 올리버는 그렇게 노골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부정적인 이유는 엘리오는 학생이고 올리버는 성인인 까닭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네요..

 

 저는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퀴어 영화에는 노골적인 묘사가 따라붙는 걸까?" 물론 아닌 퀴어 영화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죠. (성적 묘사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인 퀴어 작품 중, 성공한 영화라...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 정도가 떠오릅니다!) 저는 굳이 성적인 장면 없이도 앞 네 작품들은 충분히 성공할 만한 명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퀴어 영화가 아닌, 명작으로 손꼽히는 로맨스 영화를 생각해 봅시다. 로저 미첼 감독의 <노팅 힐>, 롭 라이너 감독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자끄 드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 (저는 이 영화를 꽤 좋아합니다! 카트린 드뇌브의 리즈 시절과 아름다운 음악 등이 뒤섞여 정말 낭만적이죠. 데미안 샤젤 감독의 <라라랜드>가 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등등... 이러한 영화 등은 파격적인 성 묘사나 팽팽한 성적 긴장감 따위의 꼬리표가 붙지 않죠. 따뜻하거나, 코믹하거나, 낭만적이거나, 현실적입니다. 퀴어 영화는 성적 장면 없이 자유로이 성공을 거둘 수는 없는 걸까요?

 성적 장면 없이 자유로이 "성공을 거둔" 퀴어 영화는 잘 알지 못하지만, "성적 장면 없이 자유로운" 퀴어 영화는 몇 작품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는 저에게 정말 소중합니다. 비록 상업적 혹은 예술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셀린 시아마 감독의 <워터 릴리스>, 역시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앗,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은 그래도 성공한 축에 속합니다. 2019 칸느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죠!) (사족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앞 두 작품은 모두 셀린 시아마 감독에 아델 에넬 주연 - 에넬과 시아마는 실제로 교제 경험이 있습니다^^ - 입니다. 아델!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감독 로만 폴란스키 - 감독하는 영화마다 수작인 감독이라 더욱 분노가 치솟습니다. 정말 악마의 재능이네요 - 가 2020 세자르 감독상을 수상하자, 프랑스의 수치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나버린, 용기 있고 가치관이 뚜렷한 배우입니다.) 수 크레이머 감독의 <잘 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한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_ㅠ)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월플라워>, (음, 이 작품은 퀴어 영화라고 보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주된 내용은 주인공 찰리가 성장하는 것이고, 찰리의 친구 패트릭이 동성애자로 나옵니다. 패트릭과 그의 연인이 알콩달콩 연애하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기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패트릭의 이야기를 보며 호모포비아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기에 넣었습니다.) 브누와 작꼬 감독의 <페어웰, 마이 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아이들의 시간>, (이 작품은 무려 1961년 작품임에도 동성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말 멋있지 않나요?) 구두문루드 아르나르 구드문드손 감독의 <하트스톤> 등이 있습니다! 적고 보니 꽤 길군요. 어쩌면, 제가 너무 많은 사족을 덧붙여서 길어 보이는 것일지도..

 

 풋풋하고, 순수하고, 아직은 조금 부족하고, 유치하고, 사랑스러운 퀴어 영화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더욱 열린 마음으로, 퀴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영화와는 별개의 이야기인데, 사회는 성 소수자들을 성(性)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남여 커플을 볼 때, 우리는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죠. 좋을 때다, 젊었을 때 많이 연애해야 한다, 등의 덕담도 던지면서요. 하지만 구성원들이 동성이 된다면? 바로 시선은 곱지 않아 지죠. 더럽다부터 시작해서 입에 담지 못할 말들까지요. 성 소수자 비하 발언에는 그들의 성에서 유래가 된(?) 단어가 대다수입니다. 굳이 적지는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조금 더 따뜻하고, 일반적인 이성애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바라보는 날이 오면 정말 아름답겠네요.